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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서 있는 게 좋다.
“질서”라는 단어를 명확히 인지하기 전까지,
나는 다른 말들로 그 개념을 계속 표현해왔다.
“시스템”, “루틴”, “정책”, “프로세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단어들이 가리키던 방향은 하나였다.
결국 내가 원했던 건 “혼란의 제거”였다.

사전에서 말하는 질서는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다.
꽤 건조한 정의지만, 이 안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질서는 단순히 정해진 틀이나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질서는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다.

혼란이 제거된 상태는 곧 불필요한 마찰이 줄어든 상태다.
그 안에서는 더 빠르고,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진짜 질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되고 진화하는 성질을 가진다.


이전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을 때,
내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도 결국 질서였다.

스타트업은 리소스가 제한적이다.
사람도, 시간도, 돈도 모두 부족하다.
이런 환경에서 혼란은 곧 비용이다.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같은 일을 반복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어긋나는 순간
그 모든 게 그대로 손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질서를 유지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느꼈다.

질서는 가장 강력한 비용 절감 수단이다.


얼마전에 대기업에 합류했다.

리소스는 충분하다.
이미 잘 정의된 프로세스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질서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유는 이거다.
질서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자유와 조직의 통제가 계속 충돌하고 있기 때문.

겉으로는 체계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관성이 부족하고
상황에 따라 기준이 바뀐다.

이 상태는 은근히 피로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질서의 결핍을 불편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질서의 실마리를 찾고,
하나씩 정립해 나가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편, AI 시대가 오면서 또 하나의 변화를 느꼈다.

개발의 질서가 다시 정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솔직히 불편했다.
무질서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좋다”, “빠르다”, “혁신이다”라고 말하지만
사람마다 결과물의 품질이 너무 달랐다.
일관성도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개발 문화,
품질을 위한 고민들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혼란스럽던 시기가 지나고
점점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 context를 관리하기 위한 방식들
  •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화된 접근
  • 다양한 도구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AI를 잘 쓰기 위한 질서를 만드는 과정


물론 질서는 언제나 불편하다.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불합리해 보일 때도 있으며,
심지어 불평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질서의 부족한 부분을 근거로
“이건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대부분은 단순하다.

더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런 의견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포용하면서도 더 나은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

그게 관리자이자 시니어의 역할이라고 본다.

완벽한 질서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서를 포기하면
남는 건 하나다.

혼돈.


우리는 종종 “빠름”이라는 달콤함에 속는다.

지금 당장 빠르게 만드는 것,
지금 당장 편하게 일하는 것.

그 선택이 쌓이면
결국 조직은 방향을 잃는다.

그래서 더더욱 필요하다.

속도가 아니라, 질서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


퇴근길에 “질서”라는 단어를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봤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이 단어를 고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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